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에 이어 시청자들이 인생 드라마로 많이 뽑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2018년 3월 21일부터 방영한 tvN 16부작 휴먼 드라마입니다.
<신데렐라 언니>, <성균관 스캔들>, <미생>, <시그널> 등 다양한 화제작을 많이 남긴 김원석 PD가 연출을 맡았고, <또 오해영>, <나의 해방일지> 등을 집필한 박해영 작가님이 극본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최고 시청률은 7.352%인데 화제성은 훨씬 뛰어났던 작품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선균 님은 순리대로 인생을 살아가며,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전제일주의 45세 건축구조기술사 박동훈역을 맡았습니다. 그는 무슨 일이 생겨도 "이만하면 됐다"를 되새기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아이유 님은 여섯 살에 병든 할머니와 둘이 남겨지고, 버는 족족 사채 빚 갚아야 해서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일하고, 닥치는 대로 먹고, 닥치는 대로 사는 21세 이지안 역을 연기했는데요. 절절한 연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박호산 님은 동훈의 형으로, 가장 먼저 중년의 위기를 맞은 캐릭터인데요. 회사에서 잘리고, 장사도 말아먹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지만 그는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는데요. 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 화환이 몇 개 있을까를 생각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인물입니다. 송새벽 님은 동훈의 동생으로 한때는 천재로 추앙받던 영화계의 샛별이지만 현재는 형인 상훈과 함께 ‘형제 청소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가 나면 참지 못하는 불 같은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이 드라마를 봤을 땐 1회만 보고 너무 어두운 느낌이라 끝까지 못 봤었는데 진짜 누군가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때 <나의 아저씨>가 다시 생각났고, 잠시나마 위로를 받은 느낌으로 마지막 회까지 정주행 했던 기억이 남네요.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 이지안은 현재 21세입니다. 밝기만 해도 아쉬운 나이인데 그 꽃 같은 나이에 지안에게 행복이란 없고, 빚만 덕지덕지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요. 버는 족족 빚 갚는데 바빠서 제대로 된 밥도 사먹지 않는 지안이 회사에서 커피 한 움큼을 가져가는 장면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집에 가서 커피로 끼니를 때우더라고요. 가뜩이나 작고 왜소한 체구인데 커피만 먹고 대체 어떻게 힘을 내려고 하는지... 밥 한 그릇 사주고 싶더군요.
박동훈(이선균)은 회사에서 동료들과 잘 못 지내는 이지안(아이유)를 계속 눈여겨보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동네에서 우연히 지안이 할머니를 챙기는 모습을 보게 된 이후 지안에게 "착하다"라고 말을 합니다. 이 한마디에 지안은 놀란 표정을 짓는데요. 사소한 한 마디가 누군가한테는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며 다시 한번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박동훈은 지안이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주게 되는데요.
할머니를 데리고 있을 돈이 없던 지안에게 동훈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라고 조언해줍니다. 지안은 당연히 알 수 없던 부분이었죠. 동훈이 "주변에 이런 거 하나 알려줄 어른도 없냐?"라고 말하는데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혜택인데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예 모르니까... 그래도 지안 곁에 동훈 같은 어른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할머니를 쇼핑 카트에 태워 이동하는 씬에서 오르막길이 나오자 동훈은 바로 할머니를 엎고 지안 대신 이동해주는데요. 결국 지안은 동훈의 도움으로 할머니의 소원이었던 달을 함께 보게 됩니다. 그 장면도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극본,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두 완벽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정희네 가게(오나라가 운영하는 가게) 에서 맨날 모이는 멤버들이 있는데요. 삼 형제뿐만 아니라 삼 형제의 동네 지인들까지 다 모여서 정희네 가게는 늘 시끌벅적하고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안도 우연히 동네 사람들과 같이 인사를 하고, 어느 날은 그 사람들이 지안에게 가는 길이 같으니 같이 가자고 말을 하고 집까지 데려다주게 됩니다. 늘 혼자였고 외로운 삶을 살았던 지안에게 그들은 정말 보디가드처럼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었는데요. 동훈이 "너 한마디에 여기 달려올 사람 널렸어. 그러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해"라고 말하고 동네 지인분은 건너편 옥상에 사는 고시생한테 지안이 여기 사니까 위험한 일 생기지 않게 잘 지켜보라고 말합니다. 진짜 그 장면에서 제가 다 든든하더라고요. 이제 언제나 외로웠던 지안은 혼자가 아닙니다.
<나의 아저씨>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바로 지안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장례식장 장면이라고 말 할 수 있는데요. 텅텅 빈 장례식장에 동훈의 형인 상훈은 그동안 장판 속 모아두었던 돈으로 장례식장에 화환을 쫙 보내고, 동네 지인들을 다 불러 모아 장례식장이 허전하지 않게 시끌벅적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할머니도 지안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보고 안심하실 것 같아요. 장례식장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도 미소가 나오게 했는데요. 주변에 저런 지인들이 있다면 뭘 해도 두렵지 않고, 힘이 날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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